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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새로운 직업

미래 도시를 설계하는 '스마트 시티 기획자'

by 세상공부 2025. 4. 22.

스마트 시티가 필요한 이유

도시는 오랫동안 인류 문명의 정점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높은 빌딩, 정밀한 교통망, 다양한 편의 시설은 도시를 ‘편리함의 상징’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게,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도시들은 병들고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 정체는 이제 시민들에게 무기력함을 안겨주고 있으며, 미세먼지와 열섬 현상으로 인한 공기 질 저하는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도시 행정은 여전히 수작업 중심이며, 부서 간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문제 해결 속도가 더디기만 합니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도시 문제는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신호체계를 개선하거나, 신규 도로를 몇 개 추가하는 방식만으로는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바로 ‘스마트 시티’라는 새로운 도시 운영 패러다임입니다. 스마트 시티는 기술을 통해 도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도시 전반을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재구성하려는 접근 방식입니다.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데이터와 시스템, 정책과 인간의 삶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도시 설계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복합적이고 혁신적인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바로 ‘스마트 시티 기획자’가 있습니다. 이들은 기술자도, 행정가도, 디자이너도 아닙니다. 이 세 역할을 모두 통합해, 하나의 도시를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기획하는 전문가입니다. 어떤 기술을 왜 적용해야 하는지, 그 결과 시민들의 삶이 어떻게 나아질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설계하고 조정하는 사람들이 바로 스마트 시티 기획자입니다. 그들은 도시의 복잡한 구조를 해석하고, 기술과 사람,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지속 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실현하는 중심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기술이 아닌 사람 중심 도시 설계자 , 스마트 시티 기획자

스마트 시티를 단순히 '첨단 기술이 집약된 도시', 혹은 'IT 기업이 만든 미래 도시'로만 이해합니다. 물론 스마트 시티에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같은 다양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그러나 기술은 어디까지나 도시를 더 인간답게 만들기 위한 도구일 뿐이며,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스마트 시티의 본질은 언제나 ‘사람’에 있습니다. 효율성이나 속도가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것, 그리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어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이 스마트 시티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철학입니다. 이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이들이 바로 스마트 시티 기획자이며, 기술을 통해 사람 중심 도시를 설계하는 철학자이자 실천가입니다.

 

스마트 시티 기획자는 도시의 공간 구조, 데이터 흐름, 시민의 생활 패턴, 행정 시스템과 정책까지 모든 요소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합니다. 예를 들어, 한 도시의 어린이 보호구역에 AI 기반의 스마트 카메라를 설치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기획자는 그 카메라가 수집하는 데이터가 어디로 전달되고, 행정 기관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반응할지, 그 모든 흐름을 설계합니다. 더 나아가 이 시스템이 시민의 사생활을 어떻게 보호하면서도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검토하고 조정합니다.

 

결국, 스마트 시티 기획자의 역할은 도시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기술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설계하는 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과 기술, 그리고 정책이 어우러진 새로운 도시 생태계입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사람의 삶은 더디게 바뀌기 때문에, 스마트 시티 기획자는 그 간극을 메우는 브릿지 역할을 하며 도시의 미래를 만들어갑니다.

 

스마트 시티 기획자 진입 방법과 필요한 역량 

스마트 시티 기획자가 되기 위해 특별한 한 가지 전공이나 루트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직업은 다양한 전공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진입할 수 있는 융합형 직업입니다. 도시를 설계하고 기술을 이해하며, 시민의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안에서 요구되는 역량과 진입 방법은 점점 더 체계화되고 있습니다.

 

먼저 진입을 위한 학문적 배경은 도시계획학, 건축공학, 행정학, 환경공학, 사회학, 정보통신공학, 데이터 사이언스 등 매우 다양합니다. 스마트 시티가 기술, 정책, 사람의 관계를 모두 아우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어느 한 분야에만 편중되기보다는 자신의 전공 위에 타 분야의 지식과 시야를 융합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공학 전공자는 도시 운영 정책을, 행정학 전공자는 데이터와 기술을 보완적으로 학습하는 방식입니다.

 

진입 방법으로는 대학 졸업 후 바로 스마트 시티 관련 부서에 취업하거나, 관련 분야의 대학원 과정을 통해 전문성을 쌓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등에서는 스마트 시티 관련 융합 전공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는 프로젝트형 수업을 통해 실무 감각도 함께 키울 수 있습니다. 해외 유학도 선택지 중 하나입니다. 싱가포르국립대(NUS), 네덜란드 델프트공대(TU Delft), 영국 UCL의 도시학 석사 과정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스마트 시티 전문 교육기관입니다.

 

스마트 시티 기획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단순한 지식이 아닌 ‘복합적 문제 해결력’입니다. 예를 들어, 한 지역의 교통 혼잡 문제를 해결한다고 할 때, 단순히 자율주행차를 도입하는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술이 시민들의 이동 습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법 제도나 인프라와 충돌하는 부분은 없는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정책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까지 전반적인 설계를 할 수 있는 시야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이해력, 정책 분석력, 데이터 리터러시, 커뮤니케이션 능력, 시민 참여 설계 능력이 동시에 요구됩니다.

 

또한 최근에는 스마트 시티 기획자에게 데이터 기반 사고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스마트 시티는 데이터가 중심이 되는 도시이며, 데이터를 읽고 해석하고 정책화하는 능력이 곧 기획자의 경쟁력이 됩니다. 도시 데이터 시각화 툴(Tableau, Power BI), GIS 기반 도시 분석 프로그램(ArcGIS), 플랫폼 설계 도구(Figma, Sketch) 등의 툴을 다룰 줄 안다면 훨씬 유리합니다.

 

결국 스마트 시티 기획자는 복잡한 도시 문제를 다각도로 바라보고, 기술과 정책을 연결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를 설계하려는 사람입니다. 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단순한 기술력이 아니라 사람과 도시를 이해하려는 통찰력과 책임감 있는 태도가 더욱 중요합니다. 단순히 ‘스펙을 갖춘 사람’이 아닌,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이 스마트 시티 기획자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시티 기획자의 국내외 수요와 커리어 로드맵

스마트 시티 기획자는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유망 직업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 탄소중립 도시 구축, AI 기반 행정 혁신 등 다양한 국책 과제가 본격화되면서, 이 분야에 대한 전문 인력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국토교통부와 각 지자체는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를 포함한 총 100개 이상의 스마트 기반 사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공공과 민간 모두에서 스마트 시티 기획자 채용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공공기관으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토교통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한국교통연구원(KOTI) 등이 있으며, 이들은 정책 기획, 도시 데이터 분석, 시민 참여형 도시 운영 모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합니다. 민간 부문에서는 SK텔레콤, KT, LG CNS,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ICT 및 건설대기업들이 스마트 시티 사업본부를 강화하고 있으며, 도시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 플랫폼 개발에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 기회도 풍부합니다. 싱가포르, 네덜란드, 캐나다(사이드워크랩스), 그리고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NEOM CITY)’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이들 국가는 도시의 모든 기능을 디지털화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스마트 시티 기획자에 대한 수요 또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다국적 기업 및 정부 컨소시엄에서는 글로벌 역량을 갖춘 외부 전문가와의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커리어 측면에서는 다양한 진입 루트와 성장 경로가 존재합니다. 초기에는 스마트 시티 관련 데이터 분석가, 정책 어시스턴트, 도시계획 컨설턴트 등의 역할로 시작할 수 있으며, 이후 프로젝트 매니저(PM), 정책 기획자, 도시 전략 책임자(CSO) 등으로 점차 확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 AI나 빅데이터 관련 기술을 함께 이해하고 있는 기획자라면, 도시 디지털 전환 전문가(Digital Transformation Officer)로도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공공기관에서 정책 기획과 제도 설계를 담당하거나, 민간 기업의 전략기획실에서 플랫폼 서비스를 총괄하는 방향으로도 진로가 열려 있습니다.

 

결국 스마트 시티 기획자는 기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도시 문제 해결과 미래 설계라는 큰 흐름 속에서 전략적 사고력을 발휘해야 하는 고급 직무입니다. 앞으로 10년 이상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내외 도시 경쟁력의 핵심 인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